메아리

햇살보금자리에 다녀와서

1,440 2012.12.1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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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감수성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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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시장역 근처의 햇살보금자리에 가서 인터뷰(완전 싫어)를 하는 게 이번의 할 일이었다. 거기까지 가면서(가기도 싫은데) 왜 우리가돈을 내냐는 건 제껴 놓고라도 그냥 날씨 축축해서 기분이 꿀꿀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일에 관한 기억이 별로 좋지 못하다.
심하게 비싼데 흔들리기는 좀 덜 흔들려서 ‘비싼 게 괜히 비싼 게 아니구나’ 하며 잔 기억이 있는 버스에서 내려서 영등포시장역까지 걸어갔다. 거기서 잠깐 화장실도 가고 하면서 기다리고 나니 잠시 후 햇살보금자리에서 오신 아저씨가 차를 태워주셨다. (사실 남자애들과 여자 두 명, 메아리는 자리가 없어서 걸어갔지만) 그렇게 해서 간 곳은 어떤 교회(영등포 어쩌고 하는 이름이 있었는데 그만 까먹었다.)였는데 햇살보금자리와 관련이 있댔나 어쨌나 하여튼 그런 곳이었다. 거기서 처음부터 그냥 우리에 대해 물어볼 줄은 몰랐다.(솔직히 난 그거 이미 알고 있을 줄 알았다.) 하여튼 그쪽에서 한 질문에 대해 우리는 불이학교에서 왔고 학교 수업 중 평화감수성이라는 과목에 주제를 정해서 발표를 하거나 견학을 가거나 하는데 이번 주제가 노숙인이기 때문에 이번에 여기로 찾아왔다고 은비가 대답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평화여행에서 그런 식으로 우리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일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았다.(뭐 전에 있었지만 내가 까먹었을지도) 뭐 대충 그런 질문이 있은 뒤에 햇살보금자리 쪽에서 단체에 대해 소개를 했는데 그걸 들으면서 좀 묘했던 게 우리가 물어보려고 했던 내용 대부분이 다 이번에 나온 것이다. 속으로 예상문제라도 뽑아뒀나 싶은 느낌.
햇살보금자리에서 하는 건 노숙인들이 쉼터..랬나? 하여간 그런 곳으로 가서 사회로 돌아가는 걸 돕는 일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노숙인분들 중에 쉼터로 가려고 하지 않는 분들은 상담 등을 통해 설득하고, 겨울에 얼어 죽지 않게(솔직히 한국에서 동사라니 조금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만 더위 먹어서 죽는 사람들도 있는데 동사하는 사람이 없을 이유도 없지) 잘 곳을 제공해 준다거나 진찰 받을 수 있게 해 준다거나 급식 등등의 일이 내가 기억하는 것들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 힘들어 보인다. 이런 것들이 힘들어 보이는 이유는 상담을(생판 모르는 사람은 그냥 마주보는 것도 좀 뻘쭘한데) 한다던가 노숙인들 찾아서 돌아다닌다든가 하는 개인적 힘듦(?) 말고도 노숙인들의 정확한 수를 알기 어렵다는 점, 노숙인들이 비협조적인 사람들만 있진 않더라도 그냥 환영할 것 같지 않다는 점, 무엇보다도 제 3자의 입장인 사람들이 약간 편견 있는 눈으로 본다는 점 등 그냥 잠깐 동안 생각난 것만 이렇게 많은데도 이런 걸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서 어릴 적부터 도덕에 관해 가르치는 게 몽창 헛된 건 아니었나 보다.
이야기 들으면서 뭔가 부끄러웠던 게, 평소에는 노숙인들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산다고 해서 뭔가 정신까지 인간이 아닌 것처럼 생각했던 점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그것보다는 아예 그에 대한 생각이 없었던 때가 더 많았지만) 근데 거기서 설명해 주시던 목사님이 얘기를 잘 듣다보면 존경심마저 들 때가 있다고 하는 걸 듣고 살짝 죄책감이 들었다. 난 지금까지 뭔가 사람으로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런 사람들도 사회에서 튕겨져서 노숙인이 되기 이전의 삶이 있었다고 알고 나니 그런 건 생각도 안 해보고 무턱대고 내 거의 하지도 않은 생각 속에다 구겨 박은 느낌. 결코 좋지 못하다. 어떤 문제던 간에 정말 먼저 바꿔야 하는 건 사람들의 인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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