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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의 울부짖음. 5기 여행 4일차입니다. 치악산 등반.

2,757 2015.06.05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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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들의 울부짖음 4일차입니다.

 

어제 조금 늦게 잤던 것이 후유증인지 다들 늦잠을 잡니다. 6시 반에 일어나 아침 당번을 해야할 아이가 710분에 일어나는 등 혼을 내기도 했습니다. 710분에 다들 깨웠습니다. 제 목소리에 눈치 챈 아이들은 후다닥 일어나 이불을 개고 아침 준비를 하기 시작하네요.

 

아침에는 병원에는 좀 다녀왔습니다. 한 아이가 아이들과 장난을 치다가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정말 잠을 잘 못자겠다고 하여 걱정이 되고... 혹시 갈비뼈에 금이 간건 아닌가? 하고 X-ray를 찍어 봐야겠다 했습니다. 먼저 나오기 전 아이들에게 오늘 산행을 하는 길을 알려주고 휴양림 사무소로 왔죠. 이러이러해서 병원을 가보려 한다 했더니 버스타는 곳 까지 태워주겠다 하십니다. ...

일하시는 중간에 자리를 비우는 것이라 죄송했지만. 버스정류장까지 보니 우리가 올라가려는 곳이 정말 멀고 도로가 위험하더라구요. 금대계곡 입구까지 가는 길이 더운 건 둘째치고 이러다가 사고 날 것 같다 하여 바로 행선지를 바꾸었습니다. 오늘 잘 안 일어나고 시간약속도 잘 지키지 않아. 저녁을 굶긴다는 둥. 오늘 산행 각오하라는 둥... 삐짐과 화남의 연속으로 인하여 아이들에게 약간의 겁을 주고 왔었는데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택시가 잘 안오고 버스가 3분만에 바로 왔습니다. 버스 안에서 바로 일정 변경 문자를 보냈는데... 문자를 못 받으셔서인지... 아이들은 결국 사무실 까지 갔었습니다. ㅜㅜ

 

숙소 위에서 출발하는 등산로가 있어 그곳을 통해 치악산 벼락 바위까지 올라가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무소까지 내려와버렸네요. ... 이를 어째.

일단 병원 검진 결과 아무 이상 없고 단순 타박상이라 진통제와 근육이완제를 주셨습니다. 장난을 친 아이는 cho YJ, 이고 장난을 당한 아이가 Lee HG이었습니다. 에고.. 그러고 보니 어머님께 말씀을 못 드렸네요.

내일 아침이라도 바로 드려야 할 듯합니다. 약국에서 약을 타서 택시를 탔습니다. 숙소까지 가야해서요. 다른 아이들은 등산로를 빙 둘러서 능선을 따라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저와 아이는 숙소 위에서 출발하는 곳에서 가기로 했죠. 벼락바위에서 만나기로 하구요.

 

등산로가 꽂혀있는 표지판을 보고 등산로로 들어갔습니다. 허나,... 점점 길이 좁아지더니...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이 나오네요. 아닌가? 하고 좀 더 들어갔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이건 아니다... 하고... 길을 찾기 시작하였죠. 다시 되돌아가는 것이 제일 빠르겠다 하여 이탈한 길을 다시 찾았습니다. 저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서 왔었나 봅니다. 약간의 길이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보니... 그러다가 한 번 구르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하였습니다. 다친 곳은 없는데 다시 내려가야 하는 것이 억울할 뿐이네요. 15분을 올라왔었는데... 하하... 다시가야하다니...

 

등산로 표지판을 보니 살짝 왼쪽으로 구부러져 있네요. .... 이곳이구나 하고 저화 현결이는 조금 속도를 높였습니다. 요거... 잘 타네요. ^^

능선을 따라 올라가면 쉬운 코스를 가장 어려운 코스이지만 짧은, 그래서 그 곳을 택해서 올라갔습니다. 경사도 급하기도 하고... 겨우 올라갔더니 벼락바위가 0.9km 남았다고 합니다. ~~ 그리고 900m를 또 기어 올라갔습니다.

밧줄을 잡고 낑낑 거리면서 올라갔더니 그 순간에 반대편에서 아이들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시간 맞추어 잘 올라왔네요.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많은 투정과 짜증...도 섞여 있었나 봅니다. 잘 타는 아이들은 마구 빨리 올라가고 싶지만, 아직 산이 서툰 아이들은 약간의 경사도 부담스럽잖아요. 오늘의 영웅은 진효입니다.

산이 너무 어려운 여학생을 끝까지 책임지면서 한발한발 도와주고 안내해주고... 발 한발 디딜때도. “여기 밟아. 이거 잡아라고 말 하면서 정상까지 올라왔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투정을 부리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커가는 것이 보인다는 말이 예전 같으면 투정과 짜증 섞인 소리가 가득했지만, 이제는 이해하고... 나도 잘 못하는 것에서는 열외당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과 마음이 들었나 봅니다. 투정을 부려봤자, 짜증을 내 봤자 아무 소용 없고 오히려 오늘이 더 힘들고 싫게만 느껴질 것 같아 아이들은 그냥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 산책하는 기분으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도시락을 넣은 가방을 남자여자 할 것 없이 서로 돌아가면서 맸습니다. 여학생들도 남학생들이 고생하는 것을 알고 돕겠다고 하여... 누구나 다 평등하게 가방을 매고 올라갔던 것이죠. ^^ 훈훈하죠?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물병의 물은 금새 없어졌습니다. 다들 목이 말라서 싸온 점심을 잘 먹지 못했습니다. 바람을 쐬고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올라온 곳으로 내려간다고 하네요. 전 계속 올라왔던 길을 아이들은 내려가는 군요. 산에 대한 경험이 적은 아이는 오르막 보다 내리막이 더 부담인가 봅니다. 아이들의 속도보다 1/10으로 줄어버렸습니다. 뒤에서 아이들은 그 아이의 체력을 걱정하면서도 내년에 인도네팔은 어떻게 할지 걱정도 된다고 하네요. 뒤에서 쉼이 길어지자 조금씩 불만이 나왔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기다려 주고 이해해주는 모습에 기분은 좋았습니다.

안 되겠다 해서 그 아이는 산책로를 통해 숙소로 돌아가고, 우리는 숙소 밑의 산책로로 다시 깊게깊게 내려갔습니다. 타오르는 목을 축여준 것은 1야영장의 취사장이 우리아이들 세면장로 변해 버렸습니다. 그렇게 쉬다가 아까 못 먹은 점심을 꺼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까지 걸어내려간 다음... 산책로를 따라서 올라가기로 해서 마지막 30분을 불태우자 라는 식으로 뛰어 올라가기도... 이 곳이 산책로인가...??? 이곳에서 산책하시는 나이드신 분들이라면 온 근육으로 뭉쳐져 있을 것이다 라는 농담도 던지네요. 그렇게 숙소에 도착하여 씻기 시작합니다.

전 잠깐 눈을 부친다는 것이 20분을 자버렸네요. 아이들은 아미 집 밖에서 뛰어 놀며 아직 소진되지 않은 에너지를 다 쏟아 버리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은 나가사끼 짬뽕입니다. 제가 제일 잘 하는 음식중의 하나입니다. 스프를 반정도만 들어갔으며 라면 국물은 사골육수를 섞어서 만듭니다. 온갖 채소와 오징어를 살짝 볶은 다음 육수에 퐁당...

이번 나가사끼 짬뽕은 가쓰오부시, 조갯살, 숙주나물이 세 가지를 넣지 못해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 실패인가? 했지만 아이들은 다 맛나다고 해 주어서 마음의 위안이 되네요.

 

9시에 모여 또 게임을 시작합니다. 잠깐 하루닫기를 하면서 3학년 때 인도를 가야하는 이유도... 여행이 무엇인지.. 그리고 작년과 5기가 달라져 보이는 것 등을 얘기해주었습니다. 일산에서 보내주신 선생님의 편지를 읽어 주었습니다.

 

큰 미사여구가 필요 없는 편지였죠. 아이들은 참 따시다... 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나이스 써서 제출하세요라는 말은 왜 안나오지? 하는 말이 나오네요. ㅋㅋ

 

12시까지 신나게 게임하고 놀았습니다. 지금은 아까 남은 짬뽕 국물에 밥을 말아 먹겠다고... 그리고 솔까말도 할거고...

 

이렇게 아이들은 커 갑니다. 제가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오히려 더 잘 뭉치고 남을 더 챙기는 것 같습니다. 참으로 마음이 따신 아이들이죠. 그 만큼 상처를 받기도 쉬우면서도 감정적인 아이들...

5기 아이들의 예전과 지금. 그리고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을 잠깐 가졌습니다. 내년 진로문제도, 지금 친구들 관계도 step by step 으로 나아간다면 분명 성장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는 구나라는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가르침의 보람을 알게 해주는 아이들.

 

이번 여행도 오히려 제가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그냥 여기저기 지나다녔던 45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작년보다는 무언가가 성장한 아이들의 한 맺힌 울부짖음.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쓰고 싶어 안달이 난 아이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면서도 상대의 감정을 추스르고자 하는 아이들.

 

아직은 서로서로 특히 남과여 사이의 친구 같은 존재가 없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떠올리는 아이가 있을 듯합니다.

 

휴양림의 밤이 깊어 갈수록 아이들의 내면도 깊이 있는 무언가로 채워질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자신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외침으로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행복인 듯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러한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죠. 아직 세공 안한 원석일지도 모르는 아이들.

 

어떠한 빛을 내면서 반짝일지, 크던 작던 그 반짝임의 가치는 소중하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그렇게 또 하루 성장하네요.

 

4일차 여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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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차 여행은 별다른 것이 없어서 안 올릴려고 합니다. 짐 챙겨서 휴양림 잠깐 돌아보고...

원주역 가서 기차를 타면 되는 것입니다. 1452분 도착입니다. 청량리에서요.

에너지 넘치는 5기들과의 45일 여행을 지금 막 내립니다. 감사합니다. ^^

 

P.S. 잠결에 써서 가끔 문맥이 안 맞을 수도 있더라구요. 이해 부탁 드려요. ^^

댓글목록

강아지똥님의 댓글

"늑대들의 울부짖음" 이 이곳까지 들리는 듯 하네요
고생 많으세요 ~~  고맙습니다

진아진효맘님의 댓글

이야~~~
특히 어느 기수보다도 날것의 5기들이... 각양각색의 울부짖음으로 커나가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그 날것들이 더한 매력으로 다가오네요.

쌤~  감사합니다. ^^

지은에미님의 댓글

잘 읽었습니다.정말 자라는 모습이 보입니다.
꾹 참으며 기다리는 연습 열심히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세 분 샘님들!!!감사해요.

아름맘님의 댓글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서로 배려하고 협동하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미소가 번지네요~^^~
아이들이 성장해야 해서 때론 성장통도 동반하는 것을...  어른들이 잘 이해하고
기다려 준다면 스스로 통증에 대해 대처하는 면역력도 생기겠죠?...!
저는  아이들을 보면서 인생을 배웁니다.
인생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음을...
성장이 있으면 퇴보도 있음을 ....
빨리 보고 싶네요..

마중님의 댓글

아이들을 원석으로 믿고 봐 주시는 샘들이 계셔서 아이들도 저마다의 색깔을 찾아 가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동입니다.
아이들의 미숙함을 성숙함으로 승화시켜 표현해주신 샘 덕분에 또다시
희망으로 부풀어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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